영화 토탈 이클립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랭보 완벽 재현

19세기 프랑스 상징시인 아르튀르 랑보와 폴 베를렌의 지독한 사랑을 다룬 토탈 이클립스는 두 사람의 시와 편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 흥미롭기도 하지만 우리에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빛나는 미모로 각인돼 있다.퇴폐적이고 파괴적인 아름다움을 흠모하던 사춘기 시절 보드레일이나 람보 같은 시인에 빠진 경험은 이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성공한 시인 폴 베를렌은 신혼 아내와 아이를 내버려둔 채 천재적 감수성을 지닌 16세 람보에 푹 빠진다. 알코올 중독자 폴과 무례하고 제멋대로인 람보는 거칠고 뜨거운 동성애를 탐한다. 폴이 아내에게 돌아간 것을 질투한 람보는 폴의 손바닥을 칼로 찔러 상처를 준다. 서로에게 끌리고 싶지만 너무 다른 두 사람은 애증과 집착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내 눈에는 디카프리오밖에 보이지 않았다. 21살 디카프리오는 무례하고 오만하지만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16살 람보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자유롭게 방랑한다는 천재 시인은 디카프리오의 빛나는 외모 덕분에 더욱 빛나 보였다.

둘 사이에 다툼이 생기고 폴이 쏜 권총이 람보의 손을 관통한다. 폴이 교도소에 들어가면 이 사건으로 두 사람 사이는 끝난다.

세월이 흐른 뒤 폴이 홀로 쓸쓸히 압산토를 마시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유리잔 위의 숟가락에 각설탕을 얹고 그 위에 물을 떨어뜨려 설탕을 녹여 마시는 장면을 유심히 지켜봤다. 녹색 술이 우유빛으로 변해 마시는 사람을 천국으로 데려가는 치명적인 술. 폴은 압생트를 마시며 환각 중 람보를 만나지만 폴에게 람보 역시 압생트만큼이나 위험하고 치명적인 연인이었다. 위험하지만 미워하거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은 람보와 압산토가 같다.

람보는 어려서부터 틈만 나면 친구들과 함께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가출을 일삼았고 수시로 국경을 넘었다. 유럽과 아시아 전역을 돌아다니며 아프리카로 향한 건설현장, 무기거래를 하며 평생 방랑자로 살았다. 푸르른 여름 저녁 오솔길을 가니 보리향기에 취해 풀을 밟으면 마음은 꿈꾸는 듯 발걸음이 가볍고 맨발풍에 시원할 것이다 아무말 없이 가슴에는 끝없는 사랑뿐 아니라 멀리 방랑객처럼 나는 숨으니 연인과 함께 가듯 자연 속을 기꺼이 가려라 감각

베를렌이 지어준 바람 신발 신은 남자라는 별명은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도중에 죽을지도 모르는 험난한 아프리카 대륙을 누누이 왕복하는 생활은 그에게 고역이었던 것 같다. 결국 무릎 골육종을 얻어 다리를 절단하고 마르세유에서 생을 마감했다.

토탈 이클립스는 해와 달이 완벽하게 합쳐지는 개기일식을 뜻한다. 우리 눈에 겹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엇갈리는 것이다. 폴과 람보도 그렇게 만나 헤어졌다. 2년의 개기일식 동안 강렬한 사랑이었다.

가끔 내 별명의 의미를 묻는 사람이 있어. 바람의 구두라는 말의 뉘앙스가 미끄러지거나 달리 들리는 듯하다. 이 땅에서 짧은 삶을 살았지만 유럽과 아프리카를 거닐며 여러 번 횡단하며 방랑자로 살아온 천재 시인을 기념하고 싶었고, 나도 주머니에 양손 주먹을 꽂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몽상가로 살고 싶다는 내 바람의 표현으로 ‘바람신발’이라는 별명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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